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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밀러(분류, 혼돈, 질문)

by 미니의 미래 2025. 4. 6.

물고기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이 책은 생물 분류라는 과학적 주제를 시작으로,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려는 한 인간의 여정을 그립니다. 복잡한 내용을 감성적인 문체로 풀어내며 과학, 철학, 인간의 정체성까지 아우르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분류는 인간의 틀이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분류’를 만들어왔습니다. 식물과 동물, 포유류와 어류, 남성과 여성. 하지만 룰루 밀러는 이 책을 통해 분류의 허구성을 파헤칩니다. 책의 중심인물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자연의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기 위해 생물을 세세하게 나누고 이름 붙였지만, 그의 분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너지게 됩니다. 특히 “물고기(fish)”라는 분류가 생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어류로 분류된 생물들이 사실상 서로 더 가까운 진화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시각에서 임의로 구분한 결과라는 점에서 ‘물고기’라는 개념은 허상에 가깝습니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지식의 전복을 넘어서, 우리가 믿어온 ‘질서’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질서를 쫓는 것이 꼭 진리를 향한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책은 강하게 시사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구분이 오히려 세상을 더 왜곡하고 있다는 통찰은, 과학뿐 아니라 사회적 관념을 되짚게 합니다.

2.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질서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혼돈을 받아들이는 여정’입니다. 룰루 밀러는 과학적 질서와 규칙에 의존했던 자신의 삶이 무너졌을 때, 오히려 그 틀 바깥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조던이 질서를 쫓다 끝내 그 질서의 폭력성에 가담한 인물이 되었다면, 룰루는 혼돈을 인정함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발견합니다. 삶은 본래 질서 정연하지 않으며, 완벽한 분류나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혼돈은 자연스러운 상태입니다.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간은 훨씬 더 유연해지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특히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정해진 길, 정답만을 쫓는 시대에 이 책은 “모든 것이 흔들릴 때, 흔들리는 것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보여줍니다.

3. 과학은 설명이 아니라 질문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에세이지만, 끊임없는 질문과 의심, 그리고 관찰의 반복을 통해 조금씩 세상에 가까워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는 독자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과학은 무언가를 확정하거나 규정하기보다는, ‘왜 그렇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힘이라는 점입니다. 룰루 밀러는 조던의 생애를 추적하면서도, 그의 신념과 연구가 과연 타당했는지를 계속해서 반문합니다. 인간의 편견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얼마나 쉽게 정당화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며, 과학이 진짜로 해야 할 역할은 설명보다는 '질문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과학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삶의 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과학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과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질서와 혼돈, 그리고 질문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학에세이면서도 철학적 에세이입니다. 룰루 밀러의 섬세한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믿음과 관점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세상을 너무도 확실히 설명하려는 태도가 때로는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