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는 독일 경제학자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가 공동 집필한 책으로, 현대 화폐 시스템이 어떻게 부를 소수에게 집중시키는지를 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하였다. 책의 핵심내용을 토대로, 화폐 제도의 구조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빈부격차를 심화하고 재생산하는 구조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화폐 시스템의 문제점과 부의 집중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에서 저자들은 현대 화폐 시스템, 특히 중앙은행 중심의 통화 공급 방식이 어떻게 부의 편중을 초래하는지를 설명한다. 화폐는 경제 교환수단이자 경제 내 권력의 흐름을 상징한다. 현재의 법정화폐 시스템은 중앙은행이 신용을 바탕으로 무한정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화폐의 대량 발행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며, 상대적으로 자산을 보유한 계층에게 이득을 주고 그렇지 못한 서민층에게는 손해를 입힌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시행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이 자금은 실물경제보다 금융시장으로 먼저 흘러들어 간다. 자산 가격은 상승하지만 실질 소득이 오르지 않는 서민은 점점 자산 구매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렇게 화폐 공급이 확대될수록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부를 더욱 축적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 또한, 화폐의 공급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정부가 우선 수혜자가 되는 점도 문제다. 화폐는 먼저 유통되는 쪽에서 구매력을 높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구매력은 떨어진다. 이는 '칸틸론 효과(Cantillon Effect)'라고도 불리며, 실제로 자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계층이 계속해서 자산을 사들이는 반면, 일반 서민은 생활비 부담만 커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화폐 시스템 자체가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양극화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을 의미하며 곧 화폐의 구매력이 하락함을 의미한다. 경제 내 자산 소유 여부에 따라 영향을 다르게 미친다.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는 인플레이션이 사회적 불평등의 가장 큰 촉매제라고 지적한다. 부자는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헤지 할 수 있지만,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에 사용하는 서민은 가격 상승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정부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세수를 늘리기 위해 실질 세율을 은근히 높이는 정책을 펼친다. 명목 임금이 올라도 물가 상승률보다 낮으면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이는 소비 위축과 저축 감소로 이어지며 다시 경기 둔화를 불러온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악순환은 경제적 약자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통화정책의 목표가 물가 안정이 아니라 경기 부양으로 바뀌면서, 화폐의 가치는 점점 하락하게 되고, 이는 실질 임금 정체와 자산 격차 확대를 초래한다. 부유한 계층은 자산을 통해 물가 상승을 방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은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어 생계 자체가 어려워진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빈부격차의 구조적 원인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에서 저자들은 단순히 ‘노력 부족’이나 ‘능력 차이’로 빈부격차를 설명하는 관점을 비판한다. 현대 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 접근성과 자산 보유 여부이며, 이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현행 화폐 시스템은 소득보다 자산 중심의 사회를 조장하며,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 금융 시스템의 혜택을 독점하는 구조를 만든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은 단기적으로는 경제를 부양시키는 듯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통화 가치 하락과 함께 소득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 예를 들어, 초저금리 정책은 대출을 통한 자산 구매를 쉽게 만들어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자산가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된다. 또한, 세금 정책과 사회보장 시스템도 빈부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고소득자나 대기업은 다양한 절세 수단을 통해 실제 부담을 줄이고 있으며, 중간 계층과 서민은 상대적으로 높은 세부담을 지고 있다. 이러한 불공정한 구조는 단순한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제도의 결과이며, 이를 바꾸지 않으면 빈부격차는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는 우리가 평소 간과하고 있던 경제 시스템의 본질을 되짚게 만든다. 화폐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부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빈부양극화를 확대시키고 있으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돈의 본질’을 이해하고, 시스템적 구조를 의심하며, 장기적인 자산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최소한 그 구조 속에서 손해 보지 않는 법을 익혀야 한다.